2011유라시아철도 평화대장정 11 - 바이칼
우리는 모두 무엇인가를 기다렸다
74시간의 길고 긴 시베리아 횡단열차에서의 시간들 속에서
한시도 잊은적이 없었던 그 모습 !
집들과 함께 있는 공동묘지
울란우데 역
이제, 저 다리를 건너면
곧, 그가 나타날 것이다
다리 아래로 흐르는 물과 열차는 서로 경주를 하겠지...
울란우데와 이르쿠츠크 그리고 알혼섬 지도
바이칼
바이칼 바이칼 바이칼
숨이 멎을 것 같았다
어느새 내 몸 속으로 소리없이 들어와 버린 바이칼
그는 미동도 하지 않은 채, 그대로 태고의 시간을 견디고 있었던 것이다
바이칼의 고기 - 오물
세상의 더러운 것들은 모두
제 몸 속에 담아버리고
바이칼의 맑은 영혼을 위해 스스로 오물이 된 "오물"
열차는
바이칼을 잠시 만난 후
숲을 한참 동안 오르기 시작한다
순결한 바이칼을 만나기엔
너무 오염이 되었던 것일까?
세상의 오염된 것들을 모두 정화 시키려는 듯이
자작나무 숲속을 헤집으며 질주하는 열차
열차는 풍욕을 통해 마음을 씻은 후 바이칼을 다시 만나려는 것이다
속세의 나쁜 기운에 놀랬을까?
자작나무들은
심하게 흔들렸다
열차는 그렇게 한참을 오르면서 바이칼과 거리를 만들고
산 정상에 오르자
숨을 고르면서 다시 내려가기 시작한다
모든 것이 정화 되면
바이칼과 하나가 될 수 있다
자작나무 사이로 다시 나타난 바이칼은 모든 것을 하나로 만들었다
바이칼이 옆으로 길게 누운 철로 위를
시베리아 횡단 열차는 조심조심 달리고
수평선 너머의 알혼섬이 보이는 듯 하다
336개의 지류가 한 곳으로 모여 이룬
물의 광장 바이칼
이르쿠츠크 시내와 앙가라강
이르쿠트의 거칠음도
예니세이에 대한 뜨거운 사랑도
바이칼을 만나면 모든 것이 무심해지는 것 같다
바이칼의 유일한 출구인 앙가라강은
물속 깊은 곳에 공주의 슬픈 마음을 저미면서 흐른다
2011년 7월 13 이르쿠츠크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