춤
2011년 6월 19일 국립국악원 예악당
허공에 수많은 그림을 그린 후에 북을 치고
그 북소리의 여운을 따라서 춤사위가 이어지는
승무의 진유림
손과 발이
멈춘 듯 움직이면 공기들이 저절로 춤을 추는
하용부의 북춤
움직임은 발에서
춤은 손에서 나오는
측정 불가의 4차원 춤인 교방굿거리의 김경란
도포자락 나빌거리며
얼굴 가득한 미소에 세상의 모든 사람을 홀릴 것 같은
한량춤의 임이조
막간 공연이 아니라
한순간에 사람들의 혼을 데려가는
가객 장사익의 동백 아가씨와 봄날은 간다
하얀 저고리에 매달린 남색 옷고름이
우아하게 움직이면
손이 올라가 춤이 되고
치마 자락 사이로 버선이 살짝 내비치면
치마 끝에서 부터 올라온 사위가 허공에 흔적을 남기는
민살풀이의 장금도
수건이 허공으로 날아오를 때
그 만큼 하늘이 내려와
이승과 저승의 경계를 무너뜨리는 도살풀이의 이정희
손바닥을 쥐었다 펴기만 해도 춤이 되고
서 있는 것 그 자체가 춤이 되는
움직임과 멈춤이 공존하는 순간 춤이 되는 민살풀이의 조갑녀
어떤 것이 들어오고
피안과 차안이 하나가 되는 순간
춤이 되는 채상 소고춤의 김운태
이 시대 시나위의 성불한 상태를 보여주는
장고의 김청만, 대금의 원장현, 아쟁의 박대성, 거문고의 김무길, 구음 정영만, 피리 한세현 정석진
해금 김성아, 타악팀의 김주홍과 젊은 후학들...
그리고
모든 것을 미워할 수 없는 이시대의 진정한 한량
코우스 진옥섭 예술감독의 진행...
이 들이 만들어준 시간 속에서
관객들 역시 성불했을 것이다
또한
이런 자리를 마련 해주신
장사익 선생님과 고완선 대표님께 깊은 감사를 드립니다 ^^
2011년 6월 19 춤 산방에서.......흰그늘